Movies in Capsule

영 어덜트 Young Adult (‘11, Reitman)

리 다니엘스의 버틀러 Lee Daniels’ The Butler (‘13, Daniels)

Everything you are and everything you have is ‘cause of that butler.”

 

/우선 많이들 헬프와 비교하는데, 헬프만큼 전반적으로 재밌는 드라마고 배우들의 앙상블도 대체로 좋다.

/헬프처럼 개인사와 민권운동사를 직조하며 다소 중구난방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훨씬 더 광범위한 시공간 배경을 다루다 보니 서사의 결이 덜 매끄럽고 이따금 위키피디아에서 볼 법한 주요 사건 나열이란 인상도 준다. 알고 보니 HBO TV영화 게임 체인지를 쓴 대니 스트롱이 각본을 썼더라. 어쩐지.. 싶었다.

/하여간 그런 개인사와 거시사를 유기적으로 엮으려는 야심이 워낙 크다 보니, 여러 정권을 거쳐 백악관에서 버틀러로 지낸 세실에게 반하는 활동가 아들이 어쩌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현장에 있게 된다(꼭 그런 장면 뒤엔 푸티지를 넣어줌)는 우연 아닌 우연에 의존하기도 한다.

/또 2시간 내에 여러 정권을 욱여넣다 보니 대통령들의 묘사는 캐리커처에 그친다는 생각도 좀 들고. 그래도 여기에 나온 미 대통령들 중에 가장 흥미롭고 그나마 덜 단순하기도 하고 외모적으로 배우의 싱크로율도 젤 높았던 인물은 알란 릭맨의 로널드 레이건. 제임스 마스덴의 JFK는 좀 미화된 감이 없잖아 있고 존 큐색의 닉슨은 그냥 넘 어울리지 않아 웃기기만.

/이런저런 불가피한(?) 단점에도 다니엘스의 성취라 할 만한 점도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는 세실과 아들 루이스의 관계로 대변되는 세대차. 즉 민권운동에 대한 흑인사회 내 다층적이고 이질적인 관점을 묘사하는데 이를 함축한 중반의 교차편집 시퀀스는 참 좋다.

_ 이 부분만큼은 헬프보다 낫다는 생각. 일단 누가 뭐래도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세실과 그의 가족이다. 화이트 길트 소리를 완전히 면하기는 어렵겠고, 민권운동사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겠다는 강박이 엿보일지언정 헬프처럼 인물 묘사가 단순화되지는 않았다.

 

Purple Noon (‘60, Clement)

"The best. The best…"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99, 밍겔라) & 태양은 가득히 Purple Noon (‘60, 클레망)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을 읽던 중, 클레망과 밍겔라의 각색 버전을 보고 비교해본 트윗 조각들을 갈무리함.

1. 밍겔라 버전.

/진짜 각색 많이 하긴 했구나. 우선 리처드 그린리프(또는 딕, 디키)의 아버지인 허버트 그린리프가 톰 리플리한테 자신의 아들을 미국에 데려와 달라고 하는 씬부터가 완전히 다름. 원작에선 리플리가 누군가(가 알고 보니 허버트 그린리프)에게 쫓기는 듯한 분위기로 시작하는데 그게 참 좋네.

/원작에선 리플리가 아무렇잖게 거짓말하면서도 일말의 죄책감도 가지고 부모 없이 이모의 구박을 받고 자라 트라우마도 있는 복잡한 인물임을 여러 장을 들여 암시하는데, 밍겔라 영화는 첨부터 리플리가 프린스턴 학생 자켓 빌려입고 피아노를 치면서 그린리프 부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압축적인 장면으로 시작. 이것도 나름 좋고.

/원작에선 여러 번 옷과 옷장을 통해 리플리의 성격이나 심리를 은유하는 게 참 좋다. 맷 데이먼은 정말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리플리에 딱.

/밍겔라 각색의 장점이라면 오프닝부터 자의식 강하고 체면치레에 올인하고 거짓을 일삼는 리플리의 모습을 효율적으로 보여준 것, 심리스릴러 구실을 제대로 한 것, 딕을 향한 리플리의 미묘한 애증을 일관된 거울 모티프로 잘 포착한 것 정도.

/거칠게 예를 들자면, 딕에 대한 끌림은 딕의 나체를 거울을 통해 보는 장면, 딕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은 딕 몰래 딕의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끼부리는 장면, 딕에 대한 집착은 산모레 가는 기차에서 창문을 보는 장면 등등.

/이 중에서 리플리가 딕 몰래 딕의 옷을 입고 끼부리는 장면의 경우, 원작에선 리플리가 딕이 되고자 하고 실제로 점차 그렇게 돼가는 과정의 일부로 그렸는데 (이 장면 직전부터 리플리와 딕의 외모가 닮았고 리플리가 딕의 걸음걸이 등을 닮아가는 묘사가 나옴), 영화에선 여러 거울 모티프 중 하나로서 패턴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흥미로움.

/또 영화에선 리플리가 딕의 행세를 할 거라는 것, 그리고 리플리의 신분상승 욕구를 상기한 것처럼 여러 특정 장면의 반복을 통해 패턴을 쌓는 방식으로 암시하는데, 위에서 말한 거울 모티프, 오페라 무대를 보는 장면(딕이 되기 전 뉴욕에서 벨보이를 하던 리플리가 관객 뒤에서 몰래 훔쳐보는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면, 딕이 된 후에는 VIP 박스석에서 공연을 보며 감명한 리플리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는 식?) 등등.

/원작에선 리플리가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플래시백으로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식으로 과거를 풀어놓고 이후 그의 행위에 대한 정당화랄지 설명의 여지를 마련하는 반면, 영화에는 그게 아예 생략됐다시피한 점도 흥미롭다. 우선 원작을 따랐더라면 형식적인 면에서 플래시백을 써야 했을 테니 정신 사나울 수도 있었겠지만.

/리플리가 보트에서 딕을 살해한 뒤 오버헤드 롱샷으로 햇빛에 반짝이며 출렁이는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보트를 잡아주는데 아름다워서 눈물이.. 맷 데이먼이 진짜 일분 간격으로 예쁘게 나와서 캡쳐할 맛 제대로 나더라. 클로즈업 많이 잡아줘서 고마워요 밍겔라.

 

2. 클레망 버전

/르네 클레망의 태양은 가득히를 보는데 처음 봤을 때랑은 완전 다른 경험. 리플리가 필립 그린리프(원작의 리처드/딕 그린리프)와 친해지게 된 배경 설명은 아예 생략하고 시작하네. 살인도 밍겔라 영화에서보다 더 일찍 발생하고, 밍겔라에 비해 클레망은 딕/필립을 향한 리플리의 애증과 기타 심리 묘사에 덜 집중하는 대신, 리플리의 살인 행위를 보다 세심하게 또는 거의 기술적으로 묘사하는 듯.

/밍겔라보다 클레망 버전이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리플리의 살인이 우발적인 게 아니라 원작처럼 계획적인 것으로 설정하고, 이후 완전한 필립이 되기 위한 리플리의 작업 방식/계획을 그리는 데(몽타주로) 좀 더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 그래서인지 맷 데이먼의 리플리는 정말 주드 로의 딕이다!란 생각까진 안 드는데, 알랭 드롱의 리플리는 진짜 극 중 필립처럼 목소리, 매너리즘 등을 흉내냄.

/클레망과 밍겔라 둘 다 리플리의 과거에는 별 관심없어 보이는 게 흥미로운데 소위 pop psychologizing을 통해 인물의 행위에 필요 이상 정당화 여지를 두고 싶지 않았던 건지… 뭔지.

/같은 이야기를 해도 인물(의 동기, 행위, 그 결과 모두)에 대한 감독의 접근법의 따라 매우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앞에서 트윗한 각색상 차이를 차치하고라도 클레망과 밍겔라 각색의 큰 차이점은 카메라와 피사체 간의 거리가 아닌가 싶다. 가령 밍겔라는 맷 데이먼의 얼굴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자주 담아내고. 등등.

/마지막으로. 결말만 놓고 보면 밍겔라 버전이 훨씬 더 좋음. 리플리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면 그건 도스토예프스키적인 내적 갈등과 앞으로도 쫓기며 살아야 한다는 불확실성인데 클레망은 외적요인(시체 발견, 공권력)을 들여와 관습적으로 끝내버리는 것 같아서.

/이건 감독이 초자아 노릇을 하는 것..이라기보단 감독 자신이 내면화한 초자아를 인물에 들이댄 느낌이라. 알랭 드롱이 ‘최고다 최고’라는 대사를 읊는 동안 드롱이 죽인 필립의 시체가 발견되네! (이때 아이러니는 참 좋지만) 이런 데우스 엑스 마키나스러운 결말이 불필요하다는 것임.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12, Russell)

 

The world will break your heart ten ways to Sunday, that’s guaranteed.

And I can’t begin to explain that.

Or the craziness inside myself and everyone else.

But guess what?

Sunday’s my favorite day again.

I think of what everyone did for me, and I feel like a very lucky guy.

 

심판 The Trial (‘62, Welles)

Before the law, there stands a guard. A man comes from the country, begging admittance to the law. But the guard cannot admit him.

"The man tries to peer through the entrance. He’d been taught that the law was to be accessible to every man.

"From hall to hall, door after door, each guard is more powerful than the last. … For years, he waits.

"His sight has dimmed, but in the darkness he perceives a radiance streaming immortally from the door of the law. And now, before he dies, all he’s experienced condenses into one question, a question he’s never asked.

"His hearing has failed, so the guard yells into his ear. ‘Nobody else but you could ever have obtained admittance. No one else could enter this door! This door was intended only for you! And now, I’m going to close it.’

"This tale is told during the story called "The Trial". It’s been said that the logic of this story is the logic of a dream… a nightmare."

 

사브리나 Sabrina (‘54, Wilder)

"And you’re still reaching for the moon.”

"No, father. The moon is reaching for me."

프란시스 하 Frances Ha (‘13, 바움백)

Is it because what you do is complicated?”

“No, it’s because… I don’t really do it.” 

 

극이 여러 챕터로 나뉘었는데, 그 기준이 다름 아닌 주인공 프란시스의 소재(whereabouts)다. 형편 따라 이곳저곳 전전하는 프란시스의 모습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생각해보면 대학 졸업 후 27세를 살던/사는/살 우리네의 가장 절실한 문제가 진정한 (경제적) 독립인 듯한데, 프란시스 하만큼 이를 직설적으로 표면화한 청춘 이야기도 드물지 싶다.

/그런 실질적 방황뿐 아니라 사회에 나가면서 학창시절 절친과 서서히 멀어지는 과정도 실감 나게 그린다. 막역한 사이니까 웃고 넘긴 미미한 어긋남의 순간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두 번 다시 메우기 힘든 틈이 돼버리는 과정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도 장난으로 치고받던 사이였는데 이젠 약속된 만남에서도 데면데면한 시선이나 겨우 주고받는. 

/근데 영화가 그런 감정변화를 과장된 비극의 발판으로 삼지 않아서 좋더라. 같은 침대에서 수다 떨다 잠들기도 하고 함께 창가에 기대 담배 피던 친구가, 내겐 아직 어렵기만 한 사회에 무난히 적응하니 질투도 나고, 심지어는 걔 잘 나간단 근황을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들으니 섭섭해 미칠 것 같지만, 친구의 현재를 이해하고 그의 미래도 축복하려 애쓰는 프란시스를 안아주고 싶기도, 같이 웃고 울어주고 싶기도 했다. 

/중간에 프란시스가 뉴욕 거리를 경쾌하게 활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레오스 카락스의 나쁜 피에서 드니 라방이 파리 거리를 내닫는 장면에 대한 오마주다. 프란시스 하를 보고 와서 그날 내내 이 장면에 깔린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를 들었다.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꼭 한 번 더 보러 가야지.

(8/10)

로얄 어페어 A Royal Affair (‘12, 아르셀)
/캐롤린과 요한의 관계보다 둘의 정치적 야심 특히 요한의 사상과 (거칠게 말해) 진보 대 보수 권력암투가 훨씬 더 재밌는데 인물의 동기와 이해 충돌로 드라마를 자아내는 대신 설명적인 보이스오버로 극을 진행시켜 평면적인 풍경화에 지나지 않는 느낌.
/더 문제는 나름 이야기가 애정관계보다 정치적 측면에 더 치중하고 있기는 한데 그냥 짧은 몽타주와 나레이션으로 이 법 저 법 통과시키고 적당히 권력 쥐고 놀았으니 쿠데타 먹을 때도 됐지 막 이런 식으로 플롯 포인트들을 흘려보내니 재미가 없음
/캐롤린이 덴마크 왕가에 입성하는 장면이 아니라 요한이 이런 사상과 야심을 가지게 된 배경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했으면… 아니 아예 그냥 요한에 대한 본격적인 인물탐구였으면 훨씬 더 재밌었을 듯. 요한이 주인공이긴 하니 되도록 극 초반에 소개시키려고 그의 입궁 전까지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캐롤린과 크리스티앙의 관계, 왕의 정신 상태 따위를 짧게 짧게 나열하다 보니 초반부터 재미가 없음.
(5/10)

로얄 어페어 A Royal Affair (‘12, 아르셀)

/캐롤린과 요한의 관계보다 둘의 정치적 야심 특히 요한의 사상과 (거칠게 말해) 진보 대 보수 권력암투가 훨씬 더 재밌는데 인물의 동기와 이해 충돌로 드라마를 자아내는 대신 설명적인 보이스오버로 극을 진행시켜 평면적인 풍경화에 지나지 않는 느낌.

/더 문제는 나름 이야기가 애정관계보다 정치적 측면에 더 치중하고 있기는 한데 그냥 짧은 몽타주와 나레이션으로 이 법 저 법 통과시키고 적당히 권력 쥐고 놀았으니 쿠데타 먹을 때도 됐지 막 이런 식으로 플롯 포인트들을 흘려보내니 재미가 없음

/캐롤린이 덴마크 왕가에 입성하는 장면이 아니라 요한이 이런 사상과 야심을 가지게 된 배경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했으면… 아니 아예 그냥 요한에 대한 본격적인 인물탐구였으면 훨씬 더 재밌었을 듯. 요한이 주인공이긴 하니 되도록 극 초반에 소개시키려고 그의 입궁 전까지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캐롤린과 크리스티앙의 관계, 왕의 정신 상태 따위를 짧게 짧게 나열하다 보니 초반부터 재미가 없음.

(5/10)

Mauvais sang (Bad Blood, or The Night is Young) (‘86, Carax)